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풍병,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주변 친구나 지인들, 가족과 대화하다 보면 마치 순간적으로 바람이 일어서 멈추는 것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갑자기 말이 잘 안되고 입 밖으로 말이 잘 안 나온답니다. 내 혀가 내 말을 순간적으로 잘 안 듣는 거죠.
전신에 복합적으로 나타난 풍병 증상
안녕하세요. 한약 달이는 남자, 한달남! 한의학 박사, 한방 내과전문의 배한호입니다.
60대 초반의 여성 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풍한서습조화, 한의학에서는 6가지 병의 원인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6가지 중에서 첫 번째인 풍병 환자셨습니다.
이분은 풍병으로 내원하신 환자분이신데 이분이 풍병 이외에도 본인이 불편하다고 느끼셨던 증상이 6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상체는 열이 나고 땀이 전신으로 계속 난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하체는 시리고 냉하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발가락에서 무릎까지 시리다가 지금은 전신이 시리다고 하셨습니다.
세 번째는 양 날개뼈 가운데가 뻐근하고, 무엇인가 주먹만 한 덩어리가 달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덩어리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위로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갔다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날개뼈가 아프기 전에는 원래 젖가슴 가운데가 뻐근하고 많이 아프셨다고 합니다. 전에 남편이 대체로 억지소리를 많이 하시고 윽박지르시는 성격이시라 두 분이 서로 대화가 잘 안되고 남편분이 일방적으로 화풀이하듯이 대화했다고 합니다.
그런 남편분과 몇십 년 살다 보니 너무 안 맞아서 속이 답답하고 화병이 나셨답니다. 속에서 불이 나고 속이 타들어 가셨던 거죠. 물론 지금은 사별하신 상태셨습니다.
사실 이건 앞에 말씀드렸던 육기 중에서 화병,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풍한서습조화 중에서 마지막인 화병이죠. 화병은 모르시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분의 중요한 네 번째 증상입니다. 이 증상을 치료하러 오셨는데, 한 번씩 혀가 굳어져서 말씀하기가 어렵답니다.
남편과는 이미 사별하고 이제는 특별하게 마음이 상하는 일도 없는데 일반적으로 주변 친구나 지인들, 가족과 대화하다 보면 마치 순간적으로 바람이 일어서 멈추는 것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갑자기 말이 잘 안되고 입 밖으로 말이 잘 안 나온답니다. 내 혀가 내 말을 순간적으로 잘 안 듣는 거죠.
그래서 ‘중풍인가?’ 해서 대학병원 세 군데에서 MRI, MRA 등을 찍으셨는데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한 군데에서 이상이 있다고 하면 세 군데까지 안 가셨을 텐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증상이 반복되니까 걱정되셔서 이 대학병원, 저 대학병원에 가신 거죠. 이런 게 바로 풍병입니다.
물론 작은 의미에서 뇌경색, 뇌출혈 같은 경우도 중풍이라고 해서 풍병이죠. 방금 환자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순간적으로 찰나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한의학에서는 다 풍병이라고 합니다.
보통 이제 전환장애라고 하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장애를 의심할 수 있지만 남편이나 현재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제가 배제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기억력이 갈수록 떨어져서 치매가 걱정되신다고 하셨습니다.
여섯 번째는 허리가 심하게 아프고 전신 관절이 다 아프다고 하십니다. 사실 이분의 두 번째 증상 중에서 아래쪽의 냉감의 원인이 바로 허리입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프고 냉한 구조적인 원인의 90%는 사실 허리가 안 좋은 분들이 대개 허리 자체가 약해서 시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오래된 후유증과 마음의 병으로 생긴 풍병
병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가기 위해 환자분과 시간을 두고 병력을 알아봤습니다. 대개 이런 환자분들은 환자분의 병력을 충분히 듣고 그분의 역사 속에서, 그분의 생활 속에서 병의 원인을 추적하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여쭤봤더니 아들 하나, 딸 하나를 출산하셨다고 합니다. 이거까지는 괜찮죠. 그런데 이분의 문제는 이후에 유산을 4번이나 더 하셨답니다. 그런데 이 6번의 임신과 출산을 다 포함해서 6번 과정 중에서 단 한 번도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하셨답니다.
우리가 보통 동양에서 한국 여성들 출산하고 난 뒤 최소 100일 정도, 길게는 6개월, 1년 가까이 제대로 산후조리할 필요가 있는 건데 이분은 6번 동안 단 한 번도 그 과정이 없었다는 거죠. 여기서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이분은 산후풍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분이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계셨습니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은 늘 기억력 저하와 치매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분이 또한 주로 아침에 입이 돌아가는 느낌이 수시로 있으셨는데, 실제로 5번 정도 입이 가볍게 돌아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같이 오셨던 보호자에게도 확인했더니 어머님이 5번 정도 입이 돌아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하신 걸 봐서 어머님의 느낌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입이 돌아갔던 거죠.
이분은 결론적으로 육기 중에서 풍병입니다. 이전에 20대 때 걸린 산후풍, 그리고 남편과 맞지 않는 관계에서 몇십 년 동안 생겼던 화병 등이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 풍병이 온 것입니다.
풍병의 치료 방법
풍병 치료의 큰 원칙은 상병하치입니다. 풍은 위로 주로 오는데, 반대편인 아래쪽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아킬레스건에 있는 태계혈을 기준 혈로 잡고 발등에 있는 태충혈이 풍병을 잡는 기본인데, 이 태충혈에 침 치료해야 합니다. 아랫배의 단전에 산후풍의 후유증을 잡기 위해서 산삼약침을 써야 합니다. 허리 쪽에는 구조적인 문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봉침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한약 치료는 형방지황탕 같은 기본 약에다가 러시아산 녹용분골, 그리고 골쇄보, 오가피, 두충, 우슬 등을 2g 내지 6g, 8g씩 더해서 처방합니다.
보통 하루 2회, 회당 120cc 한 달 기준으로 60포 단위로 복용하시도록 합니다. 대개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차도가 나기 시작해서 6개월 정도 치료를 꾸준히 하면 증상이 반 이하로 줄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씀하셨던 6가지 중상 중에서 특정한 한 증상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대개 이런 분들이 하체 냉감을 제외하고서 대부분 증상이 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이 하체 냉감은 허리의 구조적인 부분들이 쉽게 제어가 안 되기 때문에 치료가 더디고 상대적으로 오래 가는 편입니다.
사실은 50대 이상의 여성 환자분들 중에서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은 이런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계십니다. 대개 이런 분들은 짧은 기간 동안 치료될 수는 없고 최소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집중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1년에 2번 정도 내원하셔서 정기적으로 약물 치료, 한약 치료를 반복적으로 하시면서 몸을 계속 관리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 과정을 거친다면 훨씬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