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약성가’ 리뷰, 용왕을 진단한다

이날치 ‘약성가’의 한약 본초와 침 치료로 본 용왕의 상태는? 엉망진창!

“용왕은 좋아지기가 굉장히 힘든 상태입니다. 소화기, 폐 기능, 콩팥의 전립선 기능을 좋아지게 하는 한약을 썼는데도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이날치의 음악 ‘약성가’를 한의학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약성가는 한의대생들이 본초 공부할 때 부르기도 합니다. 약성가에도 한의학에서 얘기하는 본초와 오장육부에 대한 이론이 다 나옵니다. 이 노래를 들어보니 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약성가의 내용은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입니다. 바닷속에 있는 용왕, 서양으로 따지면 포세이돈이라고 볼 수 있겠죠? 포세이돈이 병을 앓아서 닥터가 진맥을 하러 간 상황입니다.

용왕의 몸이 안 좋으니까 도사가 나타나서 진맥하고 용왕의 몸 상태에 맞춰서 처방한 건데, 처방 약재 구성으로 노래가 시작됩니다.

“백복령, 사향, 오미자, 회향, 당귀, 천궁, 강활, 목통, 각 한 돈에 감초 칠푼이라.”

백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사는 균사체입니다. 몸에서 나쁜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향입니다. 사향을 한 돈을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향 한 돈은 4g입니다. 사향이 20g에 대략 250~300만 원(2020년 11월 표준시세 기준) 정도 합니다.

사향 20g에 300만 원이라고 치면 4g이면 60~70만 원 정도 됩니다. 사향을 넣어 약 한 첩 쓰는 데 사향만 70만 원 정도 들어갔으니 일반인은 비싸서 못 먹고 용왕 처방이 분명합니다.

거기에 여러분이 잘 아시는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가 들어갑니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으로 오장육부를 다 좋아지게 합니다. 그래서 오미자가 들어갔다는 건 용왕님의 오장이 다 나빠졌다는 뜻입니다.

회향은 향기를 회복한다는 뜻으로, 속을 좋아지게 합니다. 회향이 들어갔다는 것은 용왕의 비위가 상한 것입니다. 속이 나빠져서 제대로 못 먹는, 한마디로 소화장애가 있는 상태입니다.

당귀, 천궁은 일종의 천연 철분제인데, 용왕에게 일종의 철 결핍성 빈혈도 있다고 봅니다. 체력이 떨어져서 보혈해주는 약재입니다. 천궁은 양약으로 따지면 아스트릭스, 아스피린에 해당하는 약재로, 혈류 개선제입니다.

강활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목통은 이뇨제입니다. 용왕은 이뇨제로 목통을 먹고, 포세이돈이라면 이뇨제인 라식스를 먹을 것입니다. 소변이 잘 안 나온다거나, 몸이 부을 때 씁니다.

약만 가지고 보면 용왕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사향은 천연 스테로이드제입니다. 이걸 과량 집어넣어서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를 구사 회생하고, 오장육부가 안 좋으니까 오미자도 쓰고, 소화기가 안 좋기 때문에 회향도 쓰고, 빈혈이 있어서 천연 철분제도 쓰고, 몸에 부기도 있으니까 목통 같은 이뇨제도 쓴 겁니다.

맨 마지막에는 ‘약방에 감초’라고 하는 감초가 칠푼 들어갑니다. 칠푼이란, 3g 조금 안 되는 양입니다. 감초를 살짝 넣어서 다른 약들과 조화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해서 약을 용왕한테 처방했습니다.

“일 신맥, 이 조해, 삼 외관, 사 임읍, 육 공손, 칠 후계, 팔 내관, 구 열결 삼기 붙여 팔문과 좌맥을 풀어주되”

한약을 처방한 뒤에는 약과 침을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따라서 침을 놓은 혈 자리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혈 자리가 365개 있습니다. 한의사들이 일반 혈 자리에 침을 막 놓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365개의 혈 자리 중에서 몸에 정말 필요한 여덟 가지의 혈 자리가 있습니다.

‘일 신맥, 이 조해, 삼 외관, 사 임읍, 육 공손, 칠 후계, 팔 내관, 구 열결’은 팔맥교혈이라고 해서 우리 몸에 일반 365개의 혈 자리 중에서 가장 요긴한 여덟 자리가 있습니다. 이를 8요혈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여덟 가지 혈 자리에 침을 놓는다면 침을 맞는 분의 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겠죠.

일 신맥은 복숭아뼈 바로 밑, 이 조해는 발목 복숭아뼈 안쪽, 삼 외관은 손등 바깥쪽, 사 임읍은 새끼발가락 바깥쪽, 육 공손은 발바닥 안쪽, 칠 후계는 새끼손가락 바깥쪽, 팔 내관은 팔 안쪽, 구 열결은 엄지와 검지 사이를 따라 올라가 위치한 손목 위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몸에서 가장 중요한 혈 자리 여덟 군데에 침을 놓습니다.

‘팔문’은 여덟 가지 혈자리로 여덟 가지 문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좌맥을 풀어줬다는 것은 주로 왼쪽으로 침을 놓았다는 건데, 이 정도면 용왕님이 중풍을 맞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승장, 염천, 천돌, 구미, 거궐, 상완, 중완, 하완, 신궐, 단전, 곤륜을 주고, 족태음비경 삼음교라.”

팔문에 침을 놓은 거로 되지 않아서 몸 앞쪽에 이어서 침을 놓습니다. 몸에는 12가지 경맥이 있습니다. 12가지 경맥에 2가지 경맥을 더해 14가지 경맥이 있습니다.

여성분들 임신하게 되면 몸 가운데에 검은 선이 약간 착색되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특히 배꼽 밑에 보면 가운데가 새까맣게 착색됩니다. 그게 요즘 말로는 임신맥, 전통적으로는 임맥이라고 합니다.

임맥과 회음은 상통합니다. 회음은 항문과 생식기 가운데서부터 한가운데로 따라 올라와서 아래턱에서 끝납니다. 그 임맥에 침 치료를 한 겁니다.

임맥은 승장, 아래턱 염천, 인후두 부위인 천돌, 가슴뼈 흉골 아래쪽 구미, 그리고 거궐, 상완, 중완, 배꼽 바로 위가 하완입니다. 신궐을 지나 배꼽 밑 단전까지 침을 놓습니다. 임맥에 침 치료를 다했다는 것인데, 소화기뿐 아니라 심장도 망가져 있는 상태입니다. 즉 몸의 오장육부가 엉망진창이라는 거죠.

‘곤륜을 준다’에서 곤륜은 아킬레스건 부위입니다. 아킬레스건 쪽에 침을 놨다는 것은 용왕이 다리도 제대로 못 쓰고 몸에 힘을 못 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을 강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동양학, 동양에서 보면 인류의 시작이 곤륜산에서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곤륜은 시초, 시원, 근원이 되는 힘을 준다는 뜻입니다.

‘족태음비경’이라는 것은 소화기관이 안 좋기 때문에 비장, 위장에 해당하는 침 치료했다는 겁니다. ‘삼음교’는 전립선 기능에 해당하는 혈입니다. 따라서 이런 쪽도 좋지 않다는 겁니다.

“왕이 팔을 내어주니 도사 맥을 볼 제, 심소장은 화요, 간담은 목이요, 폐대장은 금이요, 신방광 수요, 비위는 토라.”

앞의 내용이 뒤에 나오는 것 같은데, 왕이 팔을 내어주어 도사가 맥을 봤다고 합니다. 이 도사는 의사가 아니라 한의사임이 분명합니다. 청진했다고 하면 의사겠죠.

심소장은 화요, 심장과 소장은 한의학에서 얘기할 때 불의 장기입니다. 간담은 목이요, 간과 쓸개는 목의 기운을 갖고 있습니다. 폐대장은 금이요, 폐와 대장은 한의학에서 금의 기운을 갖고 있습니다. 신방광 수요, 콩팥과 방광은 물을 다루는 장기입니다.

비위에서 ‘비’는 비장으로, 지금으로 따지면 지라에 해당합니다. 한의학에서 ‘비’는 지라와 이자, 즉 비장과 췌장을 합친 게 비위입니다. ‘위’는 위장을 말합니다. 비위는 토다, 비장과 췌장, 위장은 소화기를 담당하는 장기이며 토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간목이 태과하여 목극토하니 비위가 상하옵고, 담성이 심하니 신경이 미약하고, 폐대장이 왕성하니 간담경이 자진이라.”

그런데 진맥을 했더니 용왕의 상태가 ‘간목이 태과했다’고 합니다. 이는 간 기능을 매우 나쁘다는 것입니다. 아마 용왕이 술을 많이 먹었거나, 화를 많이 냈나 봅니다. 간의 기운이 목극토(목이 토를 약화한다)하여 비위 기능이 망가졌고, 비위가 상했습니다.

‘담성이 심해졌다’에서 ‘담’은 용기, 화 등을 뜻합니다. ‘성’은 성정, 성격이 나빠졌다, 화를 많이 내거나 짜증을 많이 낸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신경이 미약하고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니까 전립선 기능도 떨어졌습니다. 또 폐, 대장의 기능이 지나치게 이상하니까 간과 담의 기능이 자진, 스스로 소진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맨 처음에 나온 가사, 약재들을 쭉 씁니다. 용왕의 몸에 맞춰서 굉장히 고가의 약재를 쓴 거죠. 이 정도 가격이면 한 첩에 70만 원 정도입니다. 한 첩이라고 하는 것은 종이로 싼 양입니다. 종이로 싸서 달여 먹어봤자 하루 분에 해당합니다.

약재 하루 분에 70만 원, 열흘이면 700만 원. 한 달이면 2,100만 원입니다. 한 달에 2,100만 원이라… 용왕은 어디에 있을까요?

“방서에 일렀으되, 비위는 일신지조종이요, 담은 내 일신지표본이라.”

비위는 일신지조종, 비위 기능이 몸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만병의 시초가 못 먹으면 병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담은 내 일신지표본, 쓸개는 동양에서 볼 때 정신적인 에너지입니다. 쓸개가 튼튼해야 사람이 용기와 힘을 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위와 담은 기본을 이루는데, 이 부분들이 좋지 않으니까 만병이 생기게 된다는 겁니다.

“심동즉 만병이 생하오니, 심정 곧 상하오면 무슨 병이 아니 나리?”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심장의 상태입니다. 왕은 궁극적으로 과음했거나, 음식을 잘못 먹었거나 그런 것이 오래되어서 비위 기능이 상했고, 쓸개의 기운이 약해졌습니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용기가 없고, 오히려 짜증이 많아진 상태이며, 심장까지 망가졌습니다.

다시 앞서 얘기했던 여덟 가지 혈 자리를 비롯한 비위 기능 혈 자리를 주로 왼쪽 위주로 침을 놓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차도가 없습니다.

“오로칠상이 급하오니 보중탕으로 잡수시오. 숙지황위군허여 닷 돈이요, 산사육 천문동 세신을 거토하고”

오로칠상에서 ‘오로’는 오장 자체가 굉장히 피곤해져 있다는 거고, ‘칠상’은 일곱 가지 감정도 상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왕은 오장육부도 망가졌고, 감정 상태도 엉망진창입니다.

보중탕으로 잡수시오, 보중탕은 비위 기능을 좋아지게 해서 전신 컨디션이 좋아지게 하는 탕약입니다. 만성 피로에 쓰기도 하지만, 비위 기능을 좋게 합니다. 주로 인삼, 황기가 들어갑니다. 숙지황위군허여 닷 돈이요, 약재 한 돈에 4g인데 숙지황 다섯 돈을 썼다는 것은 20g으로 상당히 많은 양입니다.

산사육은 소화제입니다. 굉장히 작은 중국 사과로, 천연소화제입니다. 천문동은 지금으로 따지면 아스파라거스 효능과 같습니다. 메마른 폐를 적셔줍니다. 세신은 전신 근육통이 있을 때 전신 근육통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약재입니다. 이 약재들을 ‘거토’하는데, 거토는 약재에 묻은 흙을 턴다는 말입니다. 바닷속인데, 이런 약재를 어디서 구했으며 흙을 왜 털까요? 바닷속으로 갖고 들어가는 동안 수압에 다 씻겨 내려갔을 텐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육정용 택사 앵속각 각 한 돈, 감초 칠 푼, 수일승전반연용 사십여 첩을 쓰되 효무동정이라.”

앞서 말했던 백복령 약을 써도 낫지 않고, 보중탕을 써도 낫지 않고, 숙지황을 써도 낫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육정용을 씁니다.

육정용은 사막 같은 데서 나오는 약인데, 남성용 발기부전, 고도의 만성피로에 쓰는 약입니다. 택사는 이뇨제입니다. 왕의 몸이 부으니 자꾸 이뇨제를 쓰는 것 같습니다.

앵속각 아편을 만드는 재료입니다. 앵속각 꽃이 빨갛게 피면 씨앗이 있는 씨방이 생기고, 씨방의 겉껍질을 약재로 씁니다. 한 돈을 썼다고 하니 역시 약재를 많이 썼다는 뜻입니다.

수일승전반연용, 약재와 물을 끓여서 물이 졸아붙을 정도, 반 정도 줄면 그때부터 연용합니다. 연달아서 계속 먹게 하여 40번이나 썼습니다. 사십여 첩을 썼는데 효무동정이라. 효과가 하나도 없습니다.

“청심환 소합환 팔미환 육미환 경옥고 자음경옥고 백복령 적복령 대황 망초 창출 백출, 소엽 방풍 진피 계피 반하 계향 육계 단사 차전 연심 시호 전호 목통 인삼 천문동 맥문동 매실 오미자 감초 지초 가미육군자탕”

다시 약을 쓰고, 침을 놓습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또 다른 약재를 씁니다.

청심환은 우황청심환 아시죠? 소합환은 놀라거나 긴장될 때 씁니다. 용왕은 현재 힘도 없고, 근력도 없습니다. 남성력도 떨어집니다. 이럴 때 팔미환을 씁니다. 육미환은 근골격계를 강화하며, 만성질환에 씁니다.

우황청심환으로 심장도 안정시켰다가, 소합환으로 놀라지 않도록 했다가, 팔미환, 육미환으로 콩팥의 기운도 높였다가, 경옥고로 폐의 기운을 높였다가, 자음경옥고도 씁니다.

백복령, 적복령으로 노폐물을 배출합니다. 대황, 망초는 설사제인데, 용왕에게 노인성 변비가 있었나 봅니다.

창출은 천연 소화제입니다. 앞에 산사육이라는 중국 사과 소화제를 써도 낫지를 않으니까 한 단계 위의 소화제인 창출로 넘어갔습니다. 백출도 소화에 씁니다. 소엽은 깻잎 같은 약재입니다. 방풍은 풍을 예방하므로 중풍을 잡아줍니다. 진피는 귤껍질 3년 묵은 것, 계피는 시나몬입니다.

반하, 반하제는 담을 치는 약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소화가 안 될 때를 식적, 담적, 식담이라고 합니다. 또는 등이 결렸을 때도 담이 걸린다고 표현합니다. 심근경색, 중풍도 동양에서 볼 때는 다 담입니다. 그때 반하, 반하제를 씁니다. 반하 계향, 반하를 그냥 쓰지 않고 생강 끓인 물에 넣어서 법제해서 썼습니다.

육계, 계피나무를 써서 기운을 올리고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당삼은 인삼 비슷한 형태로 천연 철분제입니다.

차전, 차전자는 여성분들이 많이 알 텐데, 질경이 씨앗입니다. 수레바퀴 옆에 있다고 해서 질경이 씨앗인데, 먹었을 때 식이섬유가 증가해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모든 다이어트용 건강식품에 차전자가 들어갑니다. 왕은 다이어트 목적은 아니었을 테고, 이뇨제로 쓴 것 같습니다.

연심은 연꽃의 씨앗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줍니다. 왕의 몸이 차기도 하고 변비도 걸리는 한편, 열도 나는가 봅니다. 따라서 열을 살짝 꺼주는 시호, 전호를 씁니다.

한약의 간 손상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한약의 간 손상 확률이 0.6% 정도입니다. 양약은 1.3%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간 손상을 시킬 수 있는 게 시호입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필요에 따라 쓰기도 하는데, 쓸 때 주의해야 합니다.

인삼이 들어가고, 천문동은 수분을 보충합니다. 맥문동은 폐 기능을 보충하는 용도로 보리차처럼 많이 드시기도 합니다. 인삼, 천문동, 맥문동이 들어갔다는 것은 왕의 몸이 많이 건조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매실, 오미자가 들어가는 것은 속이 안 좋으니까 속이 좋아지게 하려고 수분을 주는 겁니다. 감초도 들어가고, 자초도 들어갑니다.

이런 약들을 써보고 그래도 안 되니까 각종 탕약을 씁니다. 가미육군자탕은 체력을 보충해주는 약, 청서육화탕은 더위 먹었을 때 쓰는 약, 이원익기탕도 기력을 높여주는 약, 청풍보음탕, 박사의 위령탕 등 말 그대로 신농씨 백초약을 갖가지 다 써 봐도 효무동정입니다. 효과가 없습니다.

“천지지상경이니 갑일 갑술시에 담경 유주를 주고, 을일 유시에 대장경 상양을 주고 영구로 주어 보자.”

그래도 효과가 없으니까 침과 약을 실컷 쓰지만, 안 듣습니다.

침 치료하는 경락이 하루 24시간에 따라 열리는 경락과 닫히는 경락이 있습니다. 이제 고도의 침법을 씁니다. 시간대에 따라서 열리는 경락을 찾아가면서 놓는 고도의 침 치료 방식입니다.

“을일 유시에 대장경 상양을 주고 영구로 주어 보자”는 것은 고도의 침법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저도 암 환자분들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분들은 이런 식으로 시간대별 침 치료를 합니다.

“아무리 약과 침구를 쓰되 병세 점점 위중터라.”

그래도 결국 효과가 없어서 병세가 점점 위중해졌다고 합니다.

이날치의 노래 ‘약성가’에 나오는 가사 내용을 설명해드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용왕은 좋아지기가 굉장히 힘든 상태입니다.

아마 용왕께서 바다에만 있다 보니까 해산물 위주의 편식이 지나쳐서 비위가 상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 먹지 못하는 상태로 오래가다 보니까폐 기능도 망가져서 호흡도 제대로 잘 안 되고, 천식이 있거나 만성적으로 숨쉬기 힘든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전립선염, 전립선 증상이 생겨서 소변을 봐도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도 않고 아직 이분이 남자셔서 남녀관계에 대한 관심이 있는데 발기도 잘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런 종합적인 상태에서 소화기, 폐 기능, 콩팥의 전립선 기능을 좋아지게 하는 한약을 썼는데도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용왕에게 쓰지 않은 요긴한 약재는? 침향!

만약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라면 여기서 안 쓴 약 중에서 요긴한 약을 쓸 것 같습니다. 바로 ‘침향’입니다.

용왕은 사향을 굉장히 많이 쓰셨는데, 제가 볼 때는 호흡기 증상이나 전립선 증상, 비위 기능을 좋아지게 하면서 쓸 수 있는 명약 중에 하나 남은 것이 침향입니다. 침향을 적절하게 써서 몸에 무리 가지 않게 치료하고 바닷속에 있던 용왕을 육지로 옮겨와서 치료하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성가의 다음 내용은 도사가 이렇게 해도 치료되지 않습니다. 결국 육지에 있는 토끼 간을 먹으면 좋아진다고 얘기하여 별주부가 토끼의 간을 가지러 가는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생간에는 적당한 효소들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몇 년 전까지도 간 기능 회복하기 위해서 소의 간도 생간 형태로 많이 먹기도 했죠. 그런 전통이 약성가에도 나온 것 같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오라는 토끼는 안 나오고 범이 나왔던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약성가는 사실 한의대에서 맥의 종류나 본초의 종류, 혈 자리의 종류를 외울 때 음을 타서 외우는 게 전통입니다. 사서삼경도 그렇게 외우기도 합니다.

저도 한 30년이 지나서 28가지 맥 중에 활맥 밖에 기억이 안 나고, 27가지 맥을 잊어버렸습니다. 저도 용왕처럼 약을 40여 첩 달여 먹여야겠습니다.

판소리 원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날치의 ‘약성가’ 뮤직비디오에 나와 있는 한글 내용을 가지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약성가 내용을 이해하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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