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 난임부부, 그들에게 부족했던 한 가지

난임치료 과정에서 부족한 한 가지를 찾아야

그런데 저는 한 가지를 바꿔드렸습니다. 배란일에 맞춰 잠자리하지 마시고 편하고, 즐겁고, 재밌게 두 분이 눈에서 불꽃이 튀는 날, 잠자리하시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결혼한 지 7년, 임신 소식이 없었던 이유

제가 몇 년 전에 봤던 난임 환자 부부의 일화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제게 난임치료, 순임치료의 전환점이 되었던 굉장히 기억이 남는 환자 사례입니다. 대개 의사나 한의사들은 책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사실은 임상, 즉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동시에 배우는 과정에서 큰 가르침을 받곤 합니다.

이 부부는 결혼하신 지 7년 정도가 되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아 시댁이나 친정에도 눈치가 보였다고 합니다. 남편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성분들은 임신이 안 되면 굉장히 마음이 쫓기는 상태에 처하죠. 7년째 그러셨으니까 부인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겠고, 또 눈치를 봐야 하는 남편의 고충도 더할 나위 없었을 것입니다.

이분들은 산부인과에서 하는 기존 치료인 여러 가지 배란 유도 치료와 인공수정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또 한의원에서도 몸을 보충시키는 보약 치료도 다양하게 많이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임신이 안 된 이유는 뭔가 빈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분들과 상담해보니까 다른 난임 부부들처럼 배란일에 맞춰서 잠자리를 하는 형태를 계속 유지해오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인은 아침에 남편이 나갈 때 ‘오늘이 배란일 같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그날은 남편이 다른 일정이 있더라도 취소하고 들어옵니다. 두 분이 아기 만드는 공장처럼 상당 기간 기계적인 잠자리를 해 오신 것입니다.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사랑도 없는, 그야말로 구태의연한 잠자리가 된 것입니다.

난임 부부 치료, 포괄적으로 바라보아야

그런데 저는 한 가지를 바꿔드렸습니다. 배란일에 맞춰 잠자리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두 분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날, 편하고, 즐겁고, 재밌게 잠자리하시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개 의사나 한의사들은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흔히 임상을 하다 보면 선형 논리에 따라 1+1=2라는 결론, 가정 하에 치료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임상에서는 1+1=2가 아니라 0이 되거나, 10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것을 비선형 논리라고 합니다.

인체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측면들을 일일이 찾아내서 논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포괄적으로 바라보아야 치료가 쉬울 것입니다.

배란일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애정과 마음

결국 이 부부는 임신이 됐습니다. 6개월 정도 치료를 받고 마지막 날, 두 분이 울산 바닷가로 가셨다고 합니다. 두 분은 그동안 임신을 위해 술, 담배도 안 하고 육류도 절제하면서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려고 굉장히 애쓰셨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회도 실컷 드시고, 술도 실컷 드셨다고 합니다. 잠자리도 좋은 침실이 아닌 바닷가 근처 허름한 여인숙에서 주무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임신이 되셨습니다.

두 분은 나이가 있으셨지만 여러 가지 한약, 양약 치료를 통해 몸은 만들어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던 한 가지는 결국 서로에 대한 애정과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 툭 터놓고 고기에 술 한잔 하고, 또 여인숙에서 즐거운 마음을 가진 순간에 부족했던 퍼즐이 맞아 임신이 된 것입니다.

물론 배란일이 아닐 때 잠자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기존의 난임치료가 중요하고, 치료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임신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임신이 안 된 분들은 본인들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퍼즐 하나를 찾아야 합니다. 부부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찾아내 마지막 퍼즐을 끼워주게 되면 임신하기 더욱 쉬운 순임치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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