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사향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는 ‘영묘사향’
영묘사향을 넣은 우황청심원의 혈압강하 효과가 탁월하고 뇌졸중 환자의 증상 호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한약 달이는 남자, 한달남. 한의학 박사, 한방내과 전문의 배한호입니다.
세계 3대 향에는 ‘사향’, ‘침향’, ‘용연향’이 있습니다. 오늘은 사향 이야기, 그중에서도 영묘사향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향, 치매뿐 아니라 코로나 후유증에도 효과적
요즘처럼 치매 같은 정신 건강뿐 아니라 코로나 후유증 같은 면역 건강이 갈수록 걱정될 때 가장 좋은 약재 중의 하나가 사향입니다.
제가 20년 이상 치매 환자분들, 그리고 최근 2년간 코로나 후유증 환자분들께 처방을 드렸는데, 가장 좋은 효과를 보신 게 바로 사향이라고 합니다.
사향이 매우 흔하고 많이 들어본 것 같지만, 사실 아무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약재는 아닙니다. 그래도 침향보다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보편적인 약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진품 침향과 비교해서 그렇습니다. 사실 진품 침향은 본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사향은 진품을 본 분들이 꽤 많은 편이죠.
노루사향, 수요보다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
노루사향은 향의 기나긴 역사를 통해서 가장 귀하고 중요하게 여겨져 온 동물성 향 재료이자 보약의 대명사입니다.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생식선 분비물이 향낭이라는 주머니에 모인 것입니다. 향낭 껍질 속에 가루 형태로, 축축한 채로 사향이 모여 있죠.
사향의 주성분은 무스콘(Muscone)입니다. 2세 이상의 수컷부터 취향이 가능한데, 10세 정도의 수컷에서는 많이 나올 때 약 50g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한 낭에서 15~25g 정도의 사향 분말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낭 하나에서 나온 양으로 공진단을 100~200환 정도를 만듭니다. 환자분 상태에 맞춰 다양한 처방을 해서 공진단을 만들 때, 보통 200환 기준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기본 한 낭의 사향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향의 향이 좋다고 세계 3대 향이라고 해서 사향의 향을 처음 맡으시는 분들은 기대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사향의 향을 맡고는 매우 놀라고, 오히려 불쾌하고 구토할 것 같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사향은 지린내와 비슷하며 역겹기까지 한 강렬한 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향을 처음 맡을 때는 가까이 맡는 게 아니라 거리를 약간 두고 가볍게 흠향하는 것입니다.
좋은 와인을 처음 접하면 누구에게나 와인의 향, 맛이 좋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유를 가지고 여러 번 시음해 봐야 와인 맛에 익숙해지듯이 사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침향도 마찬가지죠.
사향은 향이 강력하나 쉽게 휘발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특징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향이 다 공기 중으로 빨리 날아가 버리면 향료로써 조향 가치가 떨어지고 조향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향도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침향과 마찬가지로 가품, 가짜가 많다는 겁니다. 물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합법적으로 엘 무스콘(L Muscone) 등 다양한 합성사향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효과도 다릅니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총 노루사향 수입량은 198kg으로, 국내 유통되는 사향공진단에 들어갈 총량의 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유통 중인 노루사향의 절반 이상이 진품이 아닐 수 있겠다고 추론해볼 수 있겠죠.
노루사향의 대체제로 떠오른 ‘영묘사향’
노루사향에 대한 대체제로 최근에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묘향, 또는 영묘사향입니다. 기존에 우리가 노루사향을 썼다면 영묘사향이 그 대체제로 사용되고 있는 거죠.
영묘사향은 노루사향과 마찬가지로 사향고양이과 동물인 대영묘의 생식선에 있는 향낭에 분비물이 모인 것입니다. 그 분비물을 시벳(Civet)이라고 합니다. 채취된 시벳은 황갈색의 연고상 덩어리이며, 주성분은 시베톤(Civeton)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도네시아산 사향커피, 루왁커피라고 하죠. 루왁커피의 사향이 바로 시벳입니다. 하지만 약재로는 아시아산보다 아프리카산이 흔히 유통되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묘사향은 맛은 쓰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습니다. 향은 노루사향과 거의 비슷한 천연생약이 함유된 물질입니다. ‘중약대사전’에는 몸 안의 더러운 것을 없애고 기능장애를 제거하며, 기를 일으키고 지통, 심복졸통, 산통을 고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묘사향의 효능, 노루사향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
우황청심원에는 영묘사향이 들어갑니다. 우황청심원은 노루사향이 들어간 제품과 영묘사향이 들어간 제품 두 종류가 있죠. 2001년경 광*제약에서 기존 노루사향과 영묘사향을 비교 임상 실험한 결과, 효능 효과가 동등하거나 오히려 노루사향보다 영묘사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당시 광*제약은 경희대 한방병원과 서울대 천연물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해 노루사향과 영묘사향의 효능이 동등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연구팀이 고혈압 환자 151명과 뇌졸중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영묘사향을 넣은 우황청심원의 혈압강하 효과가 탁월하고 뇌졸중 환자의 증상 호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의 독성시험 및 동물 비교 약효시험 결과에서도 독이 없었습니다. 특히 영묘사향은 혈압강하 작용이 뛰어난 거로 나타났습니다.
루왁커피로 유명한 사향고양이는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의 고원지대에 서식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서식하는 아시아산 사향고양이는 몸 크기가 작고 CITES(멸종위기종)의 제한을 받고 있어 정식 수입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아프리카 영묘사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식약처 허가를 받아서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승인 하에 수입을 시작했습니다. 업체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향고양이는 좋은 서식 환경을 가지고 있고 몸집이 커서 사향의 추출이 원활하다고 합니다.
저도 최근 영묘사향으로 공진단을 비롯한 다양한 제형에 응용해서 만들고 보고 직접 먹어보면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영묘사향이 가성비가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영묘사향의 가치를 인정받아서 앞으로도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영묘사향으로 기존 공진단과 비교해서 꾸준히 임상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향만 맡아서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노루사향과 영묘사향의 향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맛을 봤을 때도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고, 아랫배 단전에서 기운이 올라오는 느낌도 비슷합니다.
저는 영묘사향으로 다양하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묘사향이 널리 도움이 될 부분은 없는지 꾸준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세계 3대 향 중 사향, 그중에서 영묘사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러분께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